버는게 기술이라면 쓰는건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먹고 살기 어렵지 않게 뿌리를 내렸으니 이 나무를 잘 키우고 열심히 열매 맺어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
제 유일한 소망입니다.
구두 기술자를 아버지로 둔 소년이 있었다. 구두업계에서 이름난 명장이었던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던 탓에 신발모양을 직접 다듬어 당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만들어 신었다.
이제 유명 회사에 신발틀을 납품하는 알짜 중소기업의 주인이 된 소년은
지체장애인들에게 편안한 발이 되어줄
세상에 하나뿐인 신발을 만드는데 뛰어들었다.
남구 문현동 선형상사 백호정 대표는 1988년 우연히 큰아버지의 공장을 물려 받으면서 130만원을 쥐고 부산으로 왔다. 발 모양에 꼭 맞는 신발을 위해 필수적인 신발의 틀인 신발골(ShoesLast)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25년째 지역을 지키며 한우물을 파오던 선형상사는 2000년도 초부터 장애인 신발 생산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발 모양이 다른 지체 장애인들에게는 개개인에 맞는 신발골이 꼭 필요하지만 전문설비를 갖추고 인체 공학적으로 장애인 신발골을 만드는 곳은 찾기 힘든것이 현실이었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하루 종일 온몸이 불편하잖아요.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서울까지 가서 비싼 돈을 주고 완제품 신발을 매번 맞춰야 하는 걸 보고 아버지도 생각났고요. 저희가 가진 장비와 노하우로 장애인 신발 생산에 주력해 보려고 합니다.'
장애인 신발 생산을 위해서 동서대와 산학협력도 맺었고 신발골 기술이 발달한 독일 현지도 수차례 다녀왔다.
2004년에는 ‘운동 시 발 치수 변화의 DB화 및 한국인 운동화용 신발 골개발’이라는 과제로 산업자원부 지역 특화 기술 개발 사업 공동분야에 선정될 정도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재는 레이저 스캐너와 워킹 테스트 등으로 통해 장애인의 발을 측정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공간을 마련했으며, 실내장식을 끝내고 매장을 운영중이다.
‘우선 개인별 신발 골을 만들어 부유하고 맞춤 신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애인 신발을 만들어 판매할 예정입니다.남구청을 시작으로 판매금액으 20%~30%는 공개적으로 적립해 형편이 어려운 또 다른 장애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추려고 합니다.’